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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3-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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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활동 한 여름 낯의 꿈 / 정해영
글쓴이 : 김경옥 조회 : 18,489
한 여름 낯의 꿈 / 정해영

푸르른 뒷동산을 등에 업고 동네 앞 실개천엔 내 또래의 동무들이 검정고무신을 벗어 들고 물고기를 잡고 있다. 단발머리 소녀가 남자애들이 잡아다 주는 물고기를 주전자에 담고 있다. 소녀는 연신 주전자 속을 들여다보며 신기한 듯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소녀가 참 예쁘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주전자 안을 들여다보니 송사리, 민물새우, 미꾸라지 몇 마리가 들어 있다. 나도 바지를 걷어 올려 허벅지를 드러내고 고무신을 벗어 양손에 집어 들고 실개천 속으로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 송사리무리가 재빠르게 도망을 친다. 마침내 두 마리의 송사리가 내 신발 속으로 들어왔다.
송사리가 담긴 신발을 들고 조심스럽게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부끄럽게 내밀었다. 내 표정이 빨갛게 변한 듯 후끈거린다. 소녀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다. 상냥한 웃음으로 소녀가 열어주는 주전자 뚜껑 속으로 송사리를 집어넣어 주었다.
즐거워하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더욱 신이 났다. 송사리보다 더 큰 물고기를 소녀에게 잡아주고 싶어졌다. 소녀가 더욱 즐거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더욱 깊은 물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갑자기 발아래에서 미끈거리더니 그만 내가 깊은 물에 빠지고 말았다. 어푸어푸 소리치며 발버둥질 쳐보지만 코와 입으로 강물이 물밀듯이 쳐들어 왔다.
숨이 막혀 캑캑거리다가 눈을 떴다. 소녀는 간데없고, 책상위에 서류뭉치만 어지러이 널려 있다. 책상 위에 두 다리를 걸친 채 내가 의자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다. 한여름 낮의 꿈이었다.